가끔 청소년들을 위한 책을 읽는다. 일 때문인 경우가 많지만, 어떤 책은 읽는 재미가 남달라 곁에 두고 여러 사람에게 권하기도 한다. 수유너머R에서 함께 공부하는 이들이 쓴 < 너는 네가 되어야 한다 > 도 그런 책 중 하나다. < 너는 네가 되어야 한다 > 는 니체의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와 프로이트의 < 꿈의 해석 > 은 물론 혹자에게는 이름조차 생소한 프랑수아 라블레의 < 가르강튀아 > < 팡타그뤼엘 > 과 아이스킬로스의 <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 그리고 < 장자 > 를 소개한다.
소개하되 내용만 대략 간추리지 않았다. 짧게는 100년, 길게는 수천 년 전의 고전이 '오늘' 어떤 의미가 있는지, 그 의미는 나와 어떤 연관이 있는지 끝없이 질문을 던지며 고전의 본래 자리를 찾는다. 특히 신경 쓴 것은 비록 짧은 분량이지만 원문을 읽고 그 의미와 가치를 해석하는 대목이다. 사실 원문을 강조하는 이유는 수유너머R의 고전 공부법과 잇닿아 있다. "읽다 보면 유독 눈이 머물고 가슴을 뛰게 만드는 문장이 있다. 그것을 붙잡고 생각을 이끌어가라. 그러면 사유의 물꼬가 트이고 자기 삶의 문제를 보는 눈이 열릴 것이다!"
장자는 진흙탕 속의 삶에서 보석을 찾아냈다. |
<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 에서 인용한 원문은 "너는 네가 되어야 한다!"이다. 나는 이미 나인데 또다시 '내'가 되어야 할 필요가 있을까. 그럼 반대로 물어보자. "너는 과연 너인가?" 쉽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 아마도 많지 않을 것이다. 그런 우리에게 니체는 이렇게 말한다. "우리는 자기 자신을 알지 못한다. (…) 우리는 한 번도 자신을 탐구해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 우리는 필연적으로 우리 자신에게 이방인이다." 소크라테스가 "너 자신을 알라"고 했던, 그 옛날의 물음은 니체 당시에도 유효했고, 지금도 우리 삶을 규정짓는 질문인 셈이다. 고전을 다시 읽어야 하는 이유는 이처럼 명약관화(明若觀火)하다.
그런가 하면 저자들은 프랑수아 라블레의 < 가르강튀아 > 와 < 팡타그뤼엘 > 을 통해 "또 다른 세계를 상상하라!"고 조언한다. 세르반테스나 셰익스피어에 견주어도 뒤지지 않는 16세기 프랑스의 대문호인 프랑수아 라블레는 영웅을 칭송해도 모자란 시대에 '바보 같지만 온유하고 게으른' 왕 가르강튀아와 '아주 똑똑하지만 자기가 지옥에 다녀왔다고 주장'하는 괴상한 친구 팡타그뤼엘을 통해 인간을 보는 새로운 기준을 제시한다. 먹보이자 바보인 왕, 똑똑하지만 괴팍한 한 인물을 통해 모든 사람의 삶은 평등하고, 결국 그 이상만이 우리를 풍요롭고 자유로운 삶으로 안내한다고 라블레는 믿었다.
문장을 붙잡고 생각을 이끌어가라
아이스킬로스의 < 결박된 프로메테우스 > 에서는 "나의 실천이 나의 예언이다"라는 말로 삶의 고통을 들여다보고, 도전과 응전의 삶을 사는 것이야말로 새로운 사회를 열어가는 예언자적 삶임을 보여준다. 한편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 꿈의 해석 > 을 통해서는 '내 안의 또 다른 나'를 찾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 인생의 과제인지를 일목요연하게 정리한다.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고전은 < 장자 > 다. 중국 전국시대의 사상가로 노자와 더불어 도가 사상을 대표하는 장자는 철학적 우화로 가득한 < 장자 > 를 통해 동양은 물론 최근 서양에서도 각광받는 인물이다. 그런 < 장자 > 에서 저자들은 "참된 것은 말할 수 없다"라는 알쏭달쏭한 명제를 끌어낸다. 알려진 바로 장자는 가난했다. 누군가는 그런 장자의 삶을 '진흙탕 속의 삶'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러나 장자는 비록 진흙탕 속의 삶일망정 진주 같은 삶의 보석을 찾고자 애썼다. 장자의 처절한 깨달음의 순간은 '익숙한 언어와 해답들이 사라지고 사태 자체를 직면해야 하는 순간'이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도에 대한 깨달음'의 시간인 것이다.
청소년들을 위한 책이라고 우습게 봐서는 안 된다. 각각의 고전이 담고 있는 핵심을 제대로 정리하고 있고, 또한 그것이 배태하는 질문을 섬세하게 풀어내기 때문이다.
장동석 (출판평론가) / webmaster@sisain.co.kr
http://media.daum.net/zine/sisain/newsview?newsid=20131009015907071
한번 읽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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