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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그림책 작가 권윤덕 “우월해서 살아남은 건 아니었어요”

‘읽어 주는’ 그림책이 아닌 ‘읽는’ 그림책으로 독자들을 만나고 싶다는 권윤덕 작가. 그가 3년 만에 펴낸 그림책은 『피카이아』. ‘피카이아’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살았던 5cm 작은 척색 동물을 의미한다. 권윤덕 작가는 피카이아의 존재를 알게 된 순간, 가슴 속에서 ‘쿵’ 하는 소리를 들었다고 한다.

 

 

 

오는 8월 15일 개봉하는 영화 <그리고 싶은 것>은 작가 권윤덕이 그림책 『꽃 할머니』를 펴내기까지의 과정을 담은 다큐멘터리다. 2007년, 한중일 작가들이 ‘평화’라는 주제로 그림책을 동시 출판하기로 했고 권윤덕 작가는 위안부 피해여성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일본군 위안부’ 이야기를 그렸다. 대학 졸업 후 오랫동안 미술운동을 했던 권윤덕 작가는 대중과 소통하는 미술을 꿈꿨고, 그림책 작가가 됐다. 그림은 글에서 상상하지 못하는 부분을 채우고, 독자 나름의 상상력을 품게 한다. 권윤덕 작가가 그림책이란 장르를 선택한 이유이기도 하다.

1995년 작 『만희네 집』으로 국내 그림책 작가 1세대를 연 권윤덕 작가는 『엄마 난 이 옷이 좋아요』 『시리동동 거미동동』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 『일과 도구』 등을 집필하며 옛 그림의 미감을 살린 동양화풍 그림을 선보였다. 민화 기법을 사용한 세밀한 묘사는 이번 작품에서도 여전하지만, 이야기의 깊이는 더욱 확장됐다. 『피카이아』에서 권 작가는 각기 다른 고민을 갖고 사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펼친다. 부모님이 하루 종일 열심히 일하지만 좀처럼 가난에서 벗어날 수 없는 상민이, 친구들과의 경쟁 문화가 힘든 미정이, 아빠의 실직으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는 채림이 등 여섯 명의 아이들은 어른들에게는 좀처럼 말할 수 없는 고민들을 가지고 있다. 혁주로부터 여리고 작은 생명체 ‘피카이아’의 존재를 듣게 된 아이들은 자문한다. ‘나도 살아 있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는 걸까?’ ‘특별하지도 우월하지도 않은 피카이아가 살아남았듯이 나도 살아남을 수 있을까?’ 『피카이아』는 독자층을 청소년으로 한정 짓지 않았다. 아이들의 이야기를 하고 있지만 이것은 어른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고 또 세상을 향한 외침이기도 하다. 존재에 대한 물음이 생길 때, 『피카이아』를 펼쳐봐도 좋겠다. ‘인간은 함께 살아가며, 치유하며 성장하고, 사회를 만들어간다. 인간은 동물이고 곧 자연이다.’ 『피카이아』 속 6개 이야기의 제목을 이어 붙이면, 인간의 존재를 정의하게 된다.

‘스스로의 생명 활동으로 남을 이롭게 하는 것,
아마도 생명은 처음부터 그렇게 시작되었을 거야.’

‘우리는 어쩌면 함께 살아가도록 진화했을 것 같아, 엄마.
친구들과 경쟁하려고 할 때보다 서로 도우려고 할 때 마음이 따듯해지잖아.’

삶의 장소를 옮긴 후, 빈 마음으로 그린 작품

『피카이아』는 작가님이 3년 만에 펴낸 그림책이에요. 책 후면을 보니 고마운 사람들의 이야기를 하면서 순천, 포항, 인천 초등학교 아이들을 적으셨어요. 그림책 속에 등장하는 실제 아이들인가요?

그건 아니고요. 2010년 봄 무렵에 『꽃 할머니』 원고를 넘기고 나서 제가 집을 나갔어요. 언젠가 결혼 전으로 돌아가보고 싶은 게 꿈이었거든요(웃음). 그 때 아들 만희가 대학생이 됐을 때였는데, 남편과 아들한테 허락을 구하고 3달 만 혼자 살아보기로 했죠. 근 20년 넘게 남편과 아이 뒷바라지하고 살림에 매여 있었으니까 한번쯤 자유를 만끽하고 싶었어요. 일어나고 싶을 때 일어나고 자고 싶을 때 자고, 먹고 싶을 때 먹고 싶어서요(웃음). 그래서 순천으로 갔어요.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진행하는 독서 프로그램에 참관인으로 불러 주셔서요. 도서관장님이 한 번 내려와서 보는 게 어떻겠냐고 하셔서, 덜컥 수락했죠. 딱 100일동안 지내다 왔어요. 잠깐 삶의 장소를 옮긴 셈이죠. 순천 초등학교 친구들은 프로그램을 통해서 만났고요.

참관했던 독서 프로그램이 『피카이아』에도 등장하는 골든 리트리버 ‘키스’에게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는 활동이었죠?

네.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 주던 개 이름이 실제로도 ‘키스’였어요. 도서관 근처에 있는 동물병원에서 살고 있는 개인데, 일주일에 한 번씩 도서관에 와서 아이들을 만났어요.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이 각 학교에서 선정한 독서활동이 부족한 아이들이었거든요. 처음에는 정말 산만하기 이를 데가 없었는데, 점점 키스와 함께하면서부터 집중력도 늘고 책 읽는 것에 관심을 보였어요. 어른들에게는 털어놓지 못하는 이야기를 키스한테 하는 아이들도 많았고요. 무척 인상적이었어요.

키스는 아이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줬나요? 개가 가만히 이야기를 듣고 있는다는 게 쉽게 상상이 잘 안 되는데요.

처음부터 아이들이 책을 읽어주진 않았고요. 우선적으로 아이들과 키스가 친해질 수 있는 프로그램을 진행한 후 책을 읽어줬어요. 키스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는 한 간호사 분이 어렸을 때부터 키운 개에요. 날렵하지만 살이 많이 찐 할머니 개죠. 4학년 아이들이 키스를 안으면, 개가 아이한테 안기는 게 아니라 아이들이 개한테 폭 안기는 셈이에요. 그 모습을 보면 굉장히 재밌기도 하고 사랑스럽기도 해요. 키스가 독서 프로그램을 진행한 건 그 때가 처음이 아니고, 몇 회 진행된 상태였거든요. 키스도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날이면 도서관에 가기 전에 스트레스를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맹인견이 사람을 위해 책임을 다하듯이, 키스도 수업이 끝날 때까지 아이들이 꼬리를 흔들고 장난치는 걸 모두 참아내요.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하는 거죠. 어떻게 보면 사람보다 나은 것 같기도 해요.

작가님도 동물을 좋아하는 것 같아요. 고양이를 주인공으로 한 『고양이는 나만 따라 해』를 집필하기도 했고, 『피카이아』에서도 고양이가 아이들의 친구로 등장하죠.

어릴 때 엄마한테 혼나면 개를 붙잡고 많은 이야기를 했어요. ‘우리 친엄마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도 하고(웃음). 지금은 ‘진주’라는 고양이를 키우고 있어요. 집에 혼자 있을 때는 진주가 유일한 말동무죠. 순천기적의도서관에서 독서 프로그램을 참관했을 때는 매일같이 근처 동물병원에 출근했어요. 개가 어떤 생각을 하는지 관찰하려고요. 산책도 시켜주고 동물병원에 있는 다른 개들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들었어요. 키스 말고 세 마리의 개가 더 있었는데, 모두 유기견이었어요. 주인이 억압을 하니까 적응을 못하고 점점 포악해진 거죠. 개들도 각자가 가지고 있는 특성을 잘 살리면, 좋은 품성으로 자랄 수 있는데 아이들도 그런 것 같아요. 보살핌을 못 받고 장점을 인정받지 못하니까 어긋나기도 하는 거고요. 독서 프로그램을 처음 시작할 때는 아이들이 낯설어하고 적응도 못했는데, 끝날 무렵이 되니까 표현력이 부쩍 늘더라고요. 책에서만 봤던 문제아들이 아니었어요.

그럼 『피카이아』를 집필하게 된 계기가 작가님이 ‘키스’와 아이들을 만나게 됐기 때문인가요.

기적의도서관에서 아홉 명의 친구들을 만났는데 그 아이들 이야기를 그대로 끌어오기에는 내용이 풍부하지 않았어요. 그것보다 아이들이 어른들이 만들어놓은 사회적 환경 속에서 자라날 때,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자신들의 사회를 만들어가야 할 텐데, 그동안 어떤 생각들을 하게 될까에 초점을 맞췄죠. 순천에서 100일을 살고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남편이 묻더라고요. 도대체 뭘 얻었냐고요(웃음). 그래서 생각해보니까 얻었다기보다는 다 버리고 왔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이전에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 소중하게 여기고 가치 있게 생각했던 것들이 다 회의스럽고 어떤 것도 규정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왜 사느냐, 이런 본질적인 문제까지 들고 일어나더라고요. 이전에는 주로 철학, 인문학을 공부했는데 우연한 계기로 진화론, 물리학을 공부하게 된 기회가 있었어요. 진화론을 접하면서 이 세상이 전혀 다른 세상으로 다가오는 거예요. 세상이 운행되는 질서를 과학으로 입증하고, 미시적인 세계를 증명하는데, 인간의 기원이라고 하는 게 과학적으로 규정할 수 있는지, 나라는 것은 어디에서 왔으며 누구인지를 묻게 됐어요. 그러면서 ‘피카이아’를 알게 됐죠. 피카이아를 알기 전까지는 아이들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그램과 아이들의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담으려고 했다가, 점점 본질적인 문제로 확장됐고, 인간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인간이 살게 하는 힘은 어디서 나오는지를 고민하다가 『피카이아』가 나오게 된 거예요.

‘피카이아’는 무척추동물인데요. 그림책에서 엄마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혁주가 이렇게 말하죠. 피카이아가 인간의 먼 조상이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분이 이상했다고. 작가님의 경험이었을 것 같은데요.

진화론을 공부하면서 스티븐 J. 굴드의 저서 『생명, 그 경이로움에 대하여』을 읽게 됐어요. 책 맨 끝 쪽에 피카이아 이야기가 두 페이지 정도 실려 있었는데, 그걸 본 순간 마치 불온서적을 보다 들킨 것처럼 가슴에 뭔가 ‘쿵’ 하고 들어오는 것 같았어요. 특별히 우월하지도 않은, 겨우 5cm 정도 되는 척색 동물이 살아남아서 인간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거쳤다는 게, 경이롭게 느껴지더라고요. 고생대 캄브리아기에 버제스 동물군이 폭발적으로 생겨났다가 어느 순간 한꺼번에 많은 종이 멸종됐는데, 피카이아는 그 힘든 시기를 견디고 살아남은 거예요. 버제스 산에서 화석이 발견됐으니 그 화석을 보고 가설을 낼 뿐, 누구도 증명할 순 없죠. 그런데 스티븐 J. 굴드가 만들어낸 생각이 제겐 이렇게 다가오더라고요. 지금 키스와 함께 도서관에 있는 아이들이 살아서 견뎌낸 작은 생물과 일치가 됐어요.

따뜻한 느낌의 그림도 있지만 불편한 그림들도 있어요. 생간을 먹고 피를 마시는 엄마 아빠의 모습이나 구제역, 옹이 투성이로 자라는 가로수, 윤이를 괴롭히는 끈적이오빠 등. 원래는 더 불온하게 그리고 싶었다고도 말씀하셨는데요.

결국 생각보다는 착하게 그려졌지만, 일상적인 상황들, 우리가 당연하게 여기는 것들을 다르게 볼 수 있도록 그리고 싶었어요. 낯설게 표현함으로 인해서 인간의 폭력성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사실 구제역 때문에 동물들을 생매장하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잖아요. 시골에서 사는 아이들은 이런 사건을 알겠지만 도시 생활을 하는 애들은 잘 모를 거예요. 동물병원에서 개들의 털을 밀잖아요. 미용사 분이 하는 이야기를 들으니, 개들도 털을 밀 때 굉장히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다고 하더라고요. 개가 털을 빡빡 밀고 나오면 살이 그대로 드러나잖아요. 마치 사람의 몸이 연상돼요. 온 몸의 털을 밀어버린 사람의 형상과 다름 없죠. 그렇게 사람도 새롭게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어요.

이번 그림책은 판형도 크고, 여백도 많이 살렸어요. 글 편집도 독특하게 배열이 됐고요.

보통 그림책의 경우에는 글과 그림이 한 페이지 안에 구성되어 있으니까, 그림을 보면서 동시에 글을 읽게 되죠. 『피카이아』는 글과 그림을 각각 다른 페이지로 배열했어요. 보통 동화책 같은 것은 부모가 아이에게 읽어주고, 아이는 그림을 보면서 마음껏 상상을 하잖아요. 하지만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한다고 했을 때는 누군가가 읽어주는 게 불편할 수가 있어요. 고학년, 청소년들의 경우에는 자기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서 음미하면서 읽고 싶고, 되새김질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러다 보니 그림 안에 글이 들어가는 형식이 아니라, 그림 따로 글 따로 작업했어요. 마치 그림뜨개질을 하듯이.

내면의 이야기를 끄집어내 음미하면서 읽어 보세요

영화 <그리고 싶은 것>에 출연하셨어요. 작가님이 2010년 펴낸 『꽃 할머니』 제작과정을 담은 작품인데, 광복절에 개봉한다고 들었어요. 위안부 피해자인 심달연 할머니의 증언을 토대로 만들어진 그림책인데 어떻게 작업하게 됐는지 궁금해요.

그림책 작가 활동을 하기 전에 미술운동을 하기도 했고, 많은 글 작가들은 작품 안에서 사회적 이슈를 다루지만, 그림책 작가의 경우에는 흔치 않거든요. 꼭 아이들을 대상으로 한 그림책 말고 다양한 주제로 다양한 연령대가 읽을 수 있는 그림책을 작업하고 싶어요. 『꽃 할머니』는 2007년에 한국, 중국, 일본의 작가들이 각자 생각하는 ‘평화’를 그려내자는 취지로 기획된 책이에요. 제가 일본군 위안군 이야기를 그리기로 하자, 일본 출판사는 ‘무기한 출판 연기’를 통보하고 한동안 논란이 됐었죠. 영화도 거의 3년 동안을 계속해서 편집하고 후반 작업을 해서 이제야 개봉하게 됐어요.

대학에서는 식품과학을 전공했고 대학원에서는 광고디자인을 공부하셨어요. 그림책 작가가 되신 건 우연한 계기였나요.

학창시절부터 미술에 관심이 많았어요. 미대에 가고 싶었는데 아버지가 말리셔서 식품과학과를 가게 됐죠. 결국 졸업할 무렵에 다시 미술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는데 산업미술대학원을 가게 됐어요. 광고디자인을 공부하면서 글자 디자인, 표지 디지인 일을 하다가 1987년부터 안양미술문화운동을 하게 됐어요. 6,7년동안 만화도 그리고 데모 있으면 선전물도 그리다가 ‘그림책’ 장르를 알게 됐어요. 그림책 작가 활동을 하신 분들의 상당수가 지역에서 운동을 하며 민중미술을 하셨던 분들이에요. 전시장에서 만나게 되는 그림들은 한정적이잖아요. 주로 콜렉터들을 위한 전시니까 소통하고 싶은 사람들도 아니었고요. 그림을 가지고 어떻게 대중을 만나면 좋을까를 생각하다가, 그림책 장르에 들어오게 된 거예요.

『피카이아』를 작업 하면서 가장 애착이 갔던 인물이나 그림이 있었는지 궁금해요.

인물 중에는 윤이한테 감정이입이 잘 됐던 것 같아요. 글도 써놓고 나서 많이 고치지 않았어요. 그리고 저는 사람보다는 자연물을 그릴 때가 좋아요. 나무를 그릴 때도 좋았고 흑두루미를 그릴 때도 좋았어요. ‘인간은 사회를 만들어 간다’ 편에서 채림이 이야기를 하면서 사람으로 형상화된 흑두루미가 나는 장면이 있는데, 그림이 아니고는 표현할 수 없는 장면이잖아요. 저는 그림책이 참 좋아요. 글과 그림을 함께 작업하니까, 쓰면서 그리면서 얼마든지 방향을 바꿀 수도 있고요. 매우 유연한 장르에요.

하지만 그림책은 동화책과 달리, 쉽게 접하긴 어려운 장르인 것 같아요.

대부분 부모나 교사의 추천으로 아이들이 그림책을 접하게 되는데, 쉽지 않죠. 좋은 그림책을 골라주는 것도 쉽지 않고요. 많이 사서 보기에는 비쌀 수도 있고요. 저는 개인적인 통로보다는 좀 더 사회적인 통로, 도서관 같은 공공시설에서 그림책을 자주 접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아이들 하나하나의 개개인 사서가 있어서 아이들에게 맞는 책을 골라주는 시스템이 있으면 어떨까, 싶어요. 이번 독서 프로그램에 참여했던 아이들에게도 다양한 책들이 전달되면 참 좋은데, 그렇지 못한 사회구조가 안타까워요.

그림책 작가가 꿈인 독자들도 있을 텐데요. 어떤 준비가 필요할까요.

일단 자기 일상을 아주 낯설게 보는 연습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러다 보면 어느 날 문득, 매일 걷던 길이 아주 낯설게 느껴지고 이상하게 보일 때가 있을 거예요. 착각이 들 정도로 낯설게 보는 연습이 필요해요. 그리고 아주 자세히 관찰하는 것. 사회가 됐든 사람, 자연이 됐든지 자세히 들여다봐야 하고요. 가장 중요한 건 일단 쓰고 그려보는 거예요. 자기 손에 익을 정도로 훈련하는 게 필요하죠. 사회적인 주제를 다룬다고 했을 때는 이 세상을 보는 관점에 대해서 공부할 필요가 있어요. 다른 사람이 본 대로 볼 수도 있겠지만, 나는 어떻게 해석하고 어떤 입장을 취할지도 공부해야 할 것 같아요.

앞으로 『피카이아』를 만나게 될 예비 독자들에게 건네고 싶은 말이 있다면요.

책에도 썼지만, 우리의 상처를 치유할 힘은 이미 우리 몸 속에 가지고 있어요. 과거에 엄청나게 힘든 일을 겪었어도 어느 순간, 그 힘들었던 것들이 자양분이 되어서 내부 성장의 힘을 만들잖아요. 자신들을 들여다보고 믿었으면 좋겠어요. 잘 살아 남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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