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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는 시간

영화, 드라마보다 더 재미있는 원작 Best 8

최근 원작이 있는 드라마와 영화들이 큰 인기를 모으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떻게 각색됐는지 비교하면서 읽는 재미까지 주는 원작들에 대한 관심도 덩달아 높다. 너무 재밌어서 서점가를 들썩이게 만든 화제의 원작을 찾아서.

여진구와 이민기가 선택한 상반기 기대작
내 심장을 쏴라(정유정 저, 은행나무)


캐스팅이 확정되자 네티즌들 사이에서 원작과의 싱크로율이 100%라며 만족감과 기대감이 넘쳐났다. 1월 28일 영화 개봉에 맞춰 이 책을 다시 읽는 독자들도 늘고 있다. 승민에 이민기를, 수명에 여진구를 대입하면서 말이다. 이 책은 심사위원들의 압도적인 지지를 받으며 선정된 2009년 세계문학상 수상작이자, 베스트셀러 「7년의 밤」, 「28」을 쓴 정유정 작가에게 '믿고 보는 작가'라는 별명을 만들어준 작품이기도 하다. 치밀한 얼개, 쉽게 읽히지만 가볍지 않은 문장, 허를 찌르는 블랙유머를 구사하며 정신병원에 갇힌 두 남자의 탈출기를 풀어냈다. 중반부터는 끝을 향해 무섭게 밀어붙이는 작가의 필력으로 인해 속도가 붙어 손에서 좀처럼 책을 놓을 수 없다.





 

직장인들의 열혈 지지 속에 신드롬을 일으킨
미생(글·그림 윤태호, 위즈덤하우스)


2014년은 tvN 드라마 '미생'의 해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끝을 모르는 '미생앓이'는 출판 시장 판도마저 바꿔놓았다. 인문학 위주였던 출판 시장에 직장인 처세와 관련된 자기계발서 열풍을 몰고 온 것이다. 또 도서정가제 실시로 인한 책값 상승 등 여러 가지 불리한 요소에도 한 온라인 서점에서 2014년 가장 많이 팔린 책 2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해가 바뀌었어도 인기는 여전히 식을 줄 모른다. 이제는 베스트셀러를 넘어 스테디셀러에 등극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드라마 '미생'의 성공에는 원작의 힘이 컸다. 직장 생활을 해본 적 없는 윤태호 작가가 직접 종합상사에 뛰어들어 치밀한 자료 조사를 하고, 그 과정을 통해 겪은 직장인들의 애환을 담백하게 담아내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최근 작가가 직접 웹툰 시즌2에 대한 내용을 일부 공개하면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시즌2가 시작되기 전 「미생」 전권 복습은 필수다.



읽는 이의 마음을 훔쳐버리는 완벽한 소설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바바라 오코너 저, 놀)


관객들이 상영관 확대를 위해 나설 정도로 뜨거운 입소문을 불러오고 있는 김혜자·강혜정·이레 주연의 영화 '개를 훔치는 완벽한 방법' 역시 동명 소설이 원작이다. 저자인 바바라 오코너는 영미권에서 떠오르는 작가로 이 소설 하나로 각종 문학상을 휩쓸며 성장소설 작가로서 입지를 확고히 했다. 어느 날 집을 나간 아빠로 인해 엄마, 남동생과 자동차에서 생활하게 된 열한 살 조지나가 기상천외한 집 구하기 프로젝트를 계획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는 시종일관 따뜻한 시선을 유지한다. 가족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인생에서 중요하게 붙들어야 할 것은 무엇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이중인격자와의 삼각관계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글·그림 이충호, 예담)


현빈의 브라운관 복귀작 SBS-TV 수목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는 이충호 작가의 웹툰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를 각색해 브라운관으로 옮긴 작품이다. 「마이러브」와 「까꿍」으로 국내 만화시장에서 100만 부 이상의 단행본 판매를 기록한 이 작가는 한때 「드래곤볼」의 판매량을 앞섰던 만화계의 전설이다. 참신한 소재를 흡입력 있게 잘 풀어내 호평을 받은 '지킬 박사는 하이드씨'는 출판사에 다니는 한그루가 하이두라는 인격을 동시에 지닌 작가 지길과 사랑에 빠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이중인격자와의 삼각관계라는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특하고 유쾌한 상황이 펼쳐진다. 웹툰은 다음 '만화 속 세상(http://cartoon.media.daum.net/webtoon/view/jekyllhyde)'을 통해 볼 수 있으며, 드라마 방영 날짜(1월 21일)에 맞춰 단행본이 출간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위대한 이야기
언브로큰(로라 힐렌브랜드 저, 21세기북스)


할리우드 스타 안젤리나 졸리가 메가폰을 잡고 유니버설픽처스가 제작한 영화 '언브로큰'에 대해 일본은 노골적으로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지나치게 왜곡된 이야기라는 주장. 영화 한 편에 그렇게 예민하게 반응하는 이유는 원작 소설이 바로 루이스 잠페리니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했기 때문이다. 원작은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일본군에 전쟁 포로로 붙잡혀 모진 구타와 고문을 겪으면서도 삶의 끈을 놓지 않으려 한 기적과도 같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 작가 로라 힐렌브랜드가 7년 동안 인터뷰와 자료 수집을 거쳐 루이스 잠페리니의 인생 여정을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60주 동안 베스트셀러 1위를 차지하며 미국 대륙을 감동시켰다.



웃기고 눈물 나는 진한 부성애
허삼관매혈기(위화 저, 푸른숲)


배우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이라는 점 못지않게 화제가 된 것이 바로 영화 '허삼관'의 원작 소설 「허삼관매혈기」이다. 제작사가 판권을 사들인 지 16년 만에 드디어 관객들과 만나게 된 이 작품은 중국 문화대혁명 시기에 가족을 위해 피를 파는 한 남자의 고단한 삶을 특유의 풍자와 해학으로 그려냈다. 수년간 '필독서' 타이틀을 달고 있던 덕분에 학창 시절에 이 책을 읽었던 독자들이 다시 원작을 집어 드는 경우가 많다고. 위화 작가가 능란하게 구사하는 해학을 제대로 만끽하다보면, 언어의 마술에 홀린 듯 허삼관이 보여주는 진한 부성애에 가슴 한쪽이 묵직해진다.



20만 유저가 선택한 로맨스 소설의 최고봉
올드맨(이조영 저, 청어람)


얼마 전 종영한 MBC-TV 수목드라마 '미스터 백'은 20만 유저가 선택한 웹 소설 '올드맨'이 원작이다. 70대 노인이 우연한 사고로 인해 30대 청년이 된다는 독특한 설정을 바탕으로 한 로맨스 소설. 카카오페이지가 로맨스 소설계의 인기 스타인 이조영 작가와 독점 계약을 맺어 연재를 한 이후 20만 독자를 끌어들일 정도로 엄청난 인기를 얻었다. 유료 결제와 모바일을 통해 볼 수 있는 웹 소설이라는 특수한 상황임에도 연재 초기부터 탄탄한 독자층을 형성했다. 드라마는 각색을 거쳐 로맨틱 코미디에 보다 무게를 두게 됐다. 뒤늦게 「올드맨」을 읽기 시작한 독자들은 사건에 좀 더 집중한 원작이 드라마보다 재미있다고 평하기도 한다.



엉뚱하고 유쾌 발랄한 아빠 개과천선 프로젝트
아빠를 빌려드립니다(홍부용 저, 예담)


지난해 11월 개봉했던 김상경·문정희 주연작 '아빠를 빌려드립니다'의 원작을 쓴 홍부용 작가는 컴퓨터 앞에 앉은 지 7일 만에 기상천외한 소재를 거침없이 완성했다. 원래는 시나리오로 썼지만 출판사에서 먼저 러브콜을 받아 소설로 출간됐다가 다시 영화로 제작된 케이스다. 초등학생 딸 아영은 명문대를 나왔지만 10년째 백수인 아빠를 쓸모없는 물건 취급하며 중고 사이트에 '아빠를 빌려드립니다'라는 글을 올린다. 의외로 아빠는 많은 이들에게 유용하게 '사용'되는데…. 황당한 설정을 통해 작가는 세상의 모든 아버지에게 감사의 메시지를 보내며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

<■글 / 이선희(프리랜서) ■사진 제공 / 각 출판사, 이충호>
http://media.daum.net/zine/ladykh/newsview?newsid=201502051530143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