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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영화보는 아침

눈먼자들의 도시

 

 잠시 눈을 감아 보았다.아무것도 안보이는 암흑 상태....그러나 정신을 가다듬고 있으면 소리는 더 잘들린다. 두 눈이 먼다면 소리로 세상을 보게 될 것 같다.

그런데 여기 하루 아침에 원인도 모르게 눈이 멀어버린 사람들이 있다.일반적으로 눈이 먼다면 앞이 암흑세상으로 보여야 정상같은데 이들은 희뿌옇게 보인단다.마치 시야를 분간할수 없을 만큼의 심한 안개가 낀 형상이라고 해야할까?영화에서 눈먼자들의 시선으로 세상을 비출땐 내 눈앞도 순간적으로 희뿌옇게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어 그 장면이 지나갈 때마다 한참동안 눈을 비비기도 했다.

영화의 장르를 살펴보면 미스터리/스릴러라고 되어 있는 데 사실 영화를 보면 단지 도시의 모든 사람들이 한 사람만 제외하고 눈이 멀어 버렸다고 해서 미스터리/스릴러로 단정지어 버리면 곤란하다.

<눈먼자들의 도시>는  노벨문학상 수상 작가 주제 사라마구의 소설을 영화화 한 것으로  인간내면의 본질과 가치,인간 사회구조의 권력성비판을 다룬 만큼 스릴러 영화라기보다는 인간을 다룬 휴먼영화아닐까 생각한다.

영화는 인간들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는 추악한 본질을 끄집어 내고 또한 현실에서 벌어지는 가진자들의 살벌한 권력구조를 비판하고 있다.

영화의 주인공은 헐리웃의 중견배우 줄리안 무어이다.그녀는 눈먼자들의 도시에서 홀로 눈뜬자가 되어 힘겨운 하루하루와 싸워야 했다.

영화의 초반부에서는 아직 눈뜬자들이  눈먼자들을 집단 수용소에 가둬버리고 군대는 감염이 두려워 그들에게 총을 겨눈다.그러나 눈먼자들끼리 똘똘뭉쳐 난국을 극복해 나가기도 벅찰 마당에 눈먼자의 수용소 안에서도 좀더 가진자들의 폭력이 난무하게 된다.남편을 돌봐야한다는 이유로 남편과 함께 수용소에 온 홀로 눈뜬자인 그녀는 인간의 추악한 모습들을 하나씩 보게되고 끝내는 참지 못하고 추악한 눈먼자의 대표를 살해하기에 이른다.살아남은 눈먼자들과 그녀는 우여곡절끝에 수용소에서 나오지만 세상은 이미 눈먼자들의 더러운 도시로 변해있는 데......

이 영화를 보며 참 많은 생각이 머릿 속에서 난무했다.그리고 마음이 참 무거웠다.눈뜬자들의 도시에서 눈뜬자로 오늘을 살아가고 있는 우리에게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하는 영화인 것 같다.

영화의 마지막에서 처음 눈먼자가 되었던 일본남자부터 다시 눈뜬자가 되지만 과연 눈뜬자가 되었다고 다시 행복해질까?

어쩌면 눈뜬자들의 도시는 눈먼자들의 도시보다 더 추악함이 난무할지도 모르는 데 말이다.세상엔 정말 보고 싶지않은 것들이 넘쳐나는데.....

다음번엔 이 영화의 원작소설을 꼭 한번 읽어 보고 싶다.책을 먼저 읽고 책에 매료되어 영화를 선택한 분들의 이야기를 보니 영화가 너무 싱거웠다는 이야기가 많았다.사실 나도 이와 비슷한 경험이 있다 바로 해리포터 1탄을 영화로 봤을 때이다.책의 재미를 느끼고 싶어 영화를 보았는 데 영화는 기대한 것보다 너무 싱겁고 힘이빠졌다.책을 보며 머릿속으로 상상한 것과 영상기술로 눈앞에 보여지는 것은 상당한 차이가 있는 것 같다.

그래서<눈먼자들의 도시>는 영화부터 보았다.책을 읽으면서 머릿속으로 그려질 나의 상상력에 심한 타격과 선입견이 생기겠지만 그래도 책이 한참 재미있을 것같다.

이 영화를 미스터리/스릴러로 생각하고 큰 반전을 기대하는 분들에겐 별로 권하고 싶지 않는 영화이다.대신 자기자신의 내면에 숨겨져 있는 인간성의 본질에대한 것, 또 내가 만일 저런 상황이라면...에 끊임없이 고민해보고 싶은 분이라면 기대해도 괜찮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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