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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영화보는 아침

국가대표

 

정말 오랜만에 가슴이 훈훈해지고 벅차오르는 영화 한편을 보았다.바로 전작<미녀는 괴로워>로 흥행감독이 된 김용화감독의 영화<국가대표>이다.

사실 김감독의 전작 <미녀는 괴로워>는 헐리웃식 로맨스코믹영화의 요소를 두루 갖추고 있어 보고 있으면 기분 좋고 즐겁지만 뒤돌아서면 남는 게 없는 영화였던 것 같다.외모지상주의와 그에 대한 사회의 비판의식이 깔려있다지만 조금은 약해보였다.그렇다면 <국가대표>는 어떤 영화일까?

처음 이 영화의 예고편을 보았을 때는 근래에 보았던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이나 예전에 보았던 헐리웃영화<쿨러닝>이 떠올랐다.이 영화들의  공통점이 실화를 바탕으로한 스포츠영화라는 점,그 나라에선  알아주지않는 비인기종목을 다룬 영화라는 점이다.<우.생.순>은 핸드볼이라 약간의 차이가 있겠지만 <쿨러닝>은 같은 동계올림픽 종목이고,아예 눈구경도 할 수 없는 자메이카 청년들의 어떻게보면 무모한 봅슬레이 도전기라는 점에서 이 영화<국가대표>와 흡사하다.

이 영화는 우리에겐 아직 생소한 스키점프에 대해 다루고 있다.그도 그럴것이 아직까지 우리나라에 스키점프 국가대표는 단 5명뿐이란다.

영화는 무주를 동계올림픽 개최지로 추진 중이던 1990년대로 거슬러 올라간다.그저 단순히 무주를 개최지로 선정되게 하기위해 추진위원회에서는 스키점프 국가대표를 뽑기에 이른다.그러니 오합지졸이 모이는 건 당연지사...명함뿐인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 5인방...

첫번째 선수는 자신을 버린 대한민국에 어머니를 찾겠다고  다시 돌아와 국가대표가 된 미국입양아 헌태(하정우분)이다.그는 한 때 미국 주니어 알파인 국가대표를 지낸적이 있다.그러나 현재는 친엄마를 찾기위해 국적까지 바꾸고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잃어버린 그의 정체성을 찾기 위해 날아오른다.

두번째 선수는 고등학교 시절 스키선수였으나 약물중독으로 메달까지  박탈당하고,나이트 클럽웨이터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흥철(김동욱분)이다.국가대표가 되어 메달만 따면 군대에 안가도 된다는 기대감으로,코치님의 어여쁜 딸때문에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사랑하는 그녀를 위해 날아오른다.

세번째선수는 아버지가 운영하는 고기집에서 잡일을 하며 아버지의 그늘밑에서 숨도 크게 쉬지 못하고 사는 한마디로 파파보이 재복(최재환)이다.그는 아버지의 그늘에서 벗어나기위해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자신을 찾기위해 날아오른다.

네번째 선수는 뺑소니 교통사고로 부모님을 여의고 졸지에 가장이 되어버리며 막노동으로 근근히 먹고 살던 칠구(김지석분)이다.그는 제대로 보이지않는 눈으로 인형눈깔을 끼우는 할머니도 안됐고,정신이 온전치 못한 동생도 불안해 국가대표가 되어 메달만 따면 군대에 가지않아도 된다는 말에 무작정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가 되어 남은 가족을 위해 날아오른다.

다섯번째 선수는 후보 선수로 칠구의 동생 봉구(이재응분)이다.정신은 온전치 못하지만 무엇보다 형을 사랑하며,오로지 형을 군대에 보내지 않기위해 있는 힘껏 날아오른다.

그리고 여기에 어린이 스키교실 강사 신분으로 대한민국 국가대표 코치를 거머쥔 사람까지...모두 제 나름대로의 사연을 떠안고 사는 이들은 우여곡절끝에 올림픽이라는큰무대에 당당한 주인공이 된다.

올림픽이라는 무대를 넘어 자신의 꿈을 향해 노력하고 날아오르는 그들의 용기에 벅찬 감동의 눈물이 흐른다.또한 영화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약자일 수 밖에 없는 주인공들의 삶을 들여다 볼 뿐만아니라 비인기종목에 대한 냉대와 무시로 일관하는  스포츠계의 현실,조금 잘한다 싶으면 무조건 메달을 원하는 언론,더 나아가서는 동계스포츠 강대국들 앞에서 무시당하는 대한민국의 설움을 담았다.특히 나가노 올림픽장면에서 안개가 낀 상태에서 출전하게된 칠구의 점프 장면에서는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누구나 억울하고 속이 뒤집히는 장면으로 기억된다.

이 영화에서 뭐니뭐니해도 가장 압권은 스키점프 장면일것이다.실제를 능가하며 손에 땀이나게 하는 대회 장면들은 음악들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며 감탄사가 나오게 만든다.그리고 그들의 인생역정을 되집어보며 바라본 스키점프 장면은 또한 가장 가슴저미고 슬픈 장면으로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다. 

이 모든 악조건 속에서도 꿈을 향한 도전을 오늘도 계속하고 있는  스키점프 대한민국 국가대표 실존 선수 5명에게 아낌없는 박수를 보낸다.

꿈을 잃어버리고 사는 사람들에게는 꿈을 갖게 해주고,꿈은 있지만 이루고자 겁이나는 사람들에게는 용기를 주고,꿈을 향해 도전하는 사람들 에게는 더욱 힘이 되는 영화가 바로 <국가대표>이다.우리 모두는 대한민국 국가대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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