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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영화보는 아침

소스코드

 

오늘 아침부터 날도 흐리고 비도 부슬부슬 내리고 해서 휴일임에도 불구하고 집에서만 빈둥거리다가 오후 늦게나되서 아이들 영화를 보여주려고 동네 메가박스를 검색하다가 <소스코드>를 발견하고 보러 갔다.

처음엔 아이들만 들여 보낼까 하다가 영화 소개 전단지를 들춰보니 인셉션을 능가하는 영화라고 하길래 전에 인셉션을 재미있게 보던터라 이 영화도 기대를 하며 내것도 한장 더 끊어 보게 되었다.

전에 보았던 인셉션이 주인공과 그를 도와주는 팀원들이 꿈속에 들어가 임무를 수행하는 내용이라면 이번에는 혼자 단독으로 가까운 과거의 한 시점으로 돌아간 주인공이 맡은 임무를 수행하는 것이 차이가 있다.

영화 제목의 소스코드란 바로 주인공이 임무를 수행할 수있게 도와주는 최첨단 장치이름인데 이 장치는 타인의 사망직전의 마지막 8분을 경험 할 수있는 시스템이다.주인공은 단 8분동안만 임무를 수행할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영화를 보면서 처음엔 8분이란 시간을 생각하였다.영화를 보면 알겠지만 8분이란 시간은 때로는 굉장히 길게도 느껴지고 때로는 굉장히 짧게도 느껴지는 시간인 것이다.살면서 의미없이 흘려 보낸 8분이 얼마나 많을까 잠시 생각해보았다.짧은 시간이라도  헛되이 소비하지말라는 교훈을 얻었다고 할까?

어쨌든 주인공 콜터대위는 잠깐 잠에서 깨어난 순간 기차안에 앉아 있다.그리고 그의 앞엔 낯선 그녀가 앉아 있고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부르고 있다.차창으로 잠깐 비친 그의 얼굴은 그가 아니다.다른 사람이다.콜터대위는 황급히 일어나 화장실로가 거울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놀라고 그순간 기차는 폭발에 버린다.그렇게 첫번째 임무수행을 위한 8분은 헛되이 사라지고 만다.사실 그가 타고 있던 아침통근기차는 폭탄 테러범에 의해 폭발되어 그안에 타고 있던 전원이 사망한 것이다..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 테러범은 더 엄청난 테러를 계획하고 있는 데 바로 시카고...아니 그이상을 통째로 날려버리는 것이다.정리를 하자면 콜터대위가 맡은 임무는 어떻게든 8분안에 기차안에서 사망한 타인...그러니까 자신과 모든 조건이 일치하는 사람의 몸속으로 들어가 그가 되어 테러범을 알아내어 두번째 생길지  모르는 사건을 막는 것이다.

소스코드를 만들고 콜터대위에게 임무 수행을 맡긴 사람에겐 과거가 중요한게 아니다.그에겐 미래가 더 중요하다.그가 만든 소스코드는 과거를 바꿀 수는 없지만 미래의 사건은 막을 수 있다고 한다.

콜터대위는 임무 수행을 위해 8분동안 똑 같은 과거로 돌아가 임무를 수행하다 뜻밖의 사실을 알아낸다.바로 그 자신 또한 이미 중동 지역의 한 전투에서 사망하였다는 사실이다.그러나 외부적으로는 이미 사망한 것처럼 되어있지만 그의 뇌의 일부분이 살아 있어 그것으로 시간여행이 가능하게 된것이다.그러니까 정확히 말하면 그는 아직 죽은 사람은 아닌 것이 된다.자신의 죽음 조차 선택 할수 없는 콜터대위가 측은한 생각이 들었다.

과거의 8분동안 콜터대위는 범인을 잡기위해 애를 쓴다.그래야만 미래를 구할 수있기때문이다.그는 지시받은 바대로 이상한 행동을 하는 사람들을 주목한다.그러나 8분동안에 많은 걸 해야만 하는 콜터대위는 과거로 돌아오는 걸 반복하며 알게 된 단서로 범인을 색출하기에 이른다.

그는 먼저 이상한 행동을 하는 중동인을 지목한다.그리고 그를 따라 기차에서 내리고 무작정 따라가 전후 사정도 들어보지 않고,  어처구니 없게도  의심스런 행동을 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차별 폭행을 하고 가방을 빼앗고,그가 테러범이라는 단서를 찾으려고 한다.8분이란 짧은 시간으로 범인을 잡아야하는 그의 마음은 이해를 하겠지만 보면서 좀 어이가 없었다.영화 소개를 위한 친절한 안내책자에는 그가 뛰어난 직감력으로 범인을 잡는다고 나와있었는 데 뭐가 뛰어난 직감력인건지....내가 보기엔 중동지역에서 근무한 군인답게 그렇게 훈련받은대로 모든 중동인들은 테러범일 거라는 그의 작은 편견에서 벌어진 실수 아닐까 한다.나도 만일 그사람이 진짜 범인이었다면 정말 뻔하고 뻔한 미국영화라고 생각했을지 모르겠다.중동의 극우단체와  혼자 맞짱뜨는 영웅영화말이다.그러나 그는 범인이 아닌것으로 밝혀진다.

어이없게도 범인은 세상을 바꾸고 싶어하는 과대망상증 백인 정신병자였다.이 대목에서 또한번 추측을 해보았다.그는 왜 이런일 끔찍한 일을 벌린것인지 말이다.그는 혼자 폭탄을 만들고 사용했을 정도로 머리가 좋다.그는 아마도 고학력의 실업자일것이다.그래서 세상이 자신을 받아주지않자 자신도 세상을 날려버리고 폐허 속에서 자신만이 꿈꾸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려는 상상을 하였는지도 모르겠다.정말 끔찍하다.

사실 요즘 TV에서 매일 같이 나오는 알카에다,탈레반같은 극우단체들보다 소수의 이런 평범해 보이는 사람의 머릿속에서 나오는 생각들이 더 무섭고 끔찍한 것이다.왜냐하면 이런 사람들은 수도 없이 바로 우리 곁에 흔히 있을 수 있기때문이다.사건이 테러단체의 소행이 아니라  정신병자와 같은 한사람이라고 밝혀져 맥이 빠지기도 하였지만 생각해보니 더 소름끼치기도했다.

콜터대위는 범인을 잡아 사건을 해결한듯 하였지만 이제부터가 진짜 이야기의 시작인 것이다.콜터대위는 과거의 시간들과 사람들이 소중하다는 걸 알게 된다.과거로 갈때마다 그의 곁에 있던 그녀 크리스티나를 구하고 싶었던 것이다.그래서 콜터대위는 마지막으로 그나마 그를 생각해주었던 굿윈 상관에게 부탁한다.그녀를 구할 수있게 도와달라고...그녀를 구한다는 의미는 기차안에 타고 있던 모두를 구한다는 의미이고,과거를 바꾼다는 의미도 된다.

굿윈상관의 도움으로 과거의 그자리 8분의 시간으로 돌아간 콜터대위는 그녀에게 묻는다.만일 당신에게 남은 시간이 1분밖에 없다면 뭘 하겠어요?라고...이 대사와 비슷한게 요즘 보는 드라마 49일에도 나왔었는 데...49일에서 49일동안 자신을 구하기위한 여행을 하는 지현이 시간이 하루만 남은 49일 여행자를 만난다. 지현은 자신은 시간이 13일 정도 남았다고 하고 여행자에게 아저씨는 삶의 시간이 일주일 밖에 없다면 무엇을 하고 싶으세요?라고 물어보았다.드라마를 보면서 참 가슴 아팠던 장면이었는데....

어쨌든 콜터대위는 자신의 아버지께 전화를 건다.911테러 이후 미국영화의 변화된 점이 바로 이런 것이다.재난을 당할때 마지막으로 생각하는 건 그래도 가족...사랑하는 사람밖에 없다는 메세지가 많이 실리는 것 같다.알면서 이 장면에서 왠지모르게 눈물이 찔끔났다.

마지막에 콜터대위는 모두를 구해내고 심지어 자기자신까지 구해내며 진정한 영웅이된다.

<소스코드>는 평행세계이론이란 독특한 이론에 감독의 상상력이 빚어낸 진정한 미국식 영화인 것 같다.만일 또 다른 세계가 정말 존재하여 내가 다른 모습으로 살고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괜히 궁금해진다.

또한 내게도 콜터대위처럼 소스코드가 있어 과거의 한시점으로 돌아가 사랑하는 사람을 구할 수있다면 난...꼭....아버지를 살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