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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그밖의 스타

[최고의 사랑 & 풍산개①] 윤계상, “배우가 되기 전 나는 없었다”

윤계상은 열등감 덩어리를 안고 있는 극단주의자였다. 믿기지 않는다고? 그가 살아왔던 삶을 들여다보면 고개가 끄덕여질 것이다. 윤계상은 촉망받던 아이돌 그룹 멤버로 활동하면서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지만, 그럴수록 내면의 그림자가 짙어지는 고충을 안고 20대의 절반을 보냈다. 애초에 가수는 하고 싶지도 않았고, 간절히 바란 꿈도 아니었기 때문에 가수로 산다는 것 자체가 자신을 속이는 원죄나 다름없었다. 콤플렉스의 시작이었다.

그가 가수가 된 것은 '쓰레기'처럼 살았던 고등학교 시절을 청산하고 "뭐라도 배워두라"는 아버지의 권유 때문이었다. 이른바 고등학교 '일진'으로 학교를 주름잡았던 윤계상은 고등학교 때 엄청난(?) 거구였기 때문에, 존재 자체만으로도 다른 학생을 위협할 만큼 카리스마가 넘쳤다. 그리고 졸업과 동시에 용산 전자상가에 램 딜러로 취직해 특유의 비즈니스 수완으로 한 달에 월급 200만 원가량을 받으며 떵떵거리는 삶을 산다.

유흥을 즐기며 탕진했던 것도 이 시기다. 아들의 비뚤어진 삶을 보다 못한 아버지는 윤계상을 중앙대학교 부설 연기 아카데미에 입학시키고, 그에게 새로운 길을 제시한다. 그때 아버지의 지인 중 한 명인 IHQ 정훈탁 대표가 윤계상을 눈여겨보고, 자신이 만들 아이돌 그룹 멤버로 영입한다. 그때가 1997년. 하지만 IMF라는 외풍을 맞은 정훈탁 대표는 "데뷔를 보류한다"며 일산의 작은 녹음실에 멤버들을 남겨두고 다른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윤계상의 말에 따르면 "거지 같은 생활의 시작"이었다.

1년 후 다른 팀과 함께 다시 녹음실을 찾은 정훈탁 대표는 (떠난 줄 알았던) 멤버들이 자신을 기다리고 있자 "사흘만 기다려달라"는 답을 남기고 구원투수를 데리고 온다. 박진영과의 만남이었다. 그것이 god의 시작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god 생활은 녹록지 않았다. 윤계상은 "가수할 생각은 없었지만, 멤버들과 함께 버틴 1년의 시간이 너무 소중해" 팀에 잔류했다. 하지만 가수로서 자질도 능력도 없었던 그에게는 힘든 시기였다. 그때 나머지 멤버들이 윤계상을 매일 두 시간씩 훈련시키지 않았다면, 아마 그의 god 탈퇴는 더 빨랐을지도 모른다.

예상했던 대로 가수로서의 삶은 계속되지 못했다. 그는 결국 2004년 god에서 공식 탈퇴했고, '배신자'라는 팬들의 비아냥을 들으며 혹독한 세월을 보냈다. 가수에서 배우로 전향해 다른 길을 걸었지만, 세간의 따가운 눈총은 괴로웠다. 마치 끝이 보이지 않는 터널과 같았다. 그러다 변영주 감독의 < 발레교습소 > (2004)를 만났다. '아! 이거구나' 싶었다. "평생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뭘 해야 할지도 몰랐던 내가 진짜 원하는 것을 만났다"고 윤계상은 말한다. 그가 그토록 연기에 집착하는 이유가 비로소 이해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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