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학교 2학년, 최고의 굴욕
중학교 2학년 겨울방학 때 운동장에서 혼자 농구하다가 실수로 덩치 큰 아이를 공으로 맞힌 적이 있다. 그때 그 아이한테 엄청 맞았다. 내 얼굴을 못 알아볼 정도로 맞은 것 같다. 그런데 맞은 것보다 더 충격이었던 게, 개학하고 나서 학교에 가보니 나를 때린 학생이 하급생 명찰을 달고 있더라. 너무 쪽팔려서 고개를 들지도 못했다. 중학교 3학년 때는 1년 내내 그 아이 눈을 피해 숨어 다녔던 것 같다. 그 정도로 내성적인 아이였다. 공상 많이 하는, 호기심 많은 아이. '신은 정말 있는 걸까?' '우주는 어떻게 생겼을까?' 같은 생각들을 하면서 학창 시절을 보냈다.
# 고교 시절 '왕'으로 군림하다?
지금은 호리호리하지만, 고등학교 때는 몸무게가 80킬로그램이 넘었다. 게다가 과묵해서 다른 애들과 친하게도 못 지냈다. 아마 덩치도 크고, 생긴 것도 무서워서 애들이 나를 무서워한 것 같다. 공업고등학교에 다녔는데, 그때는 반끼리 싸움도 자주 벌어졌다. 한번은 내 옆에 앉은 어떤 형이 나보고 그러더라. "야, 네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 그 형은 1년 늦게 학교에 들어와서 나보다 한 살이 많았다. 사실 나는 싸움도 잘 못하는 편이었는데, 중학교 때 있었던 '농구 사건' 때문에 1년간 숨어 지낸 게 좀 억울했었나 보다. 그 열등감을 폭발시킬 절호의 기회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싸움에 가담했는데, 의외로 싸움이 싱겁게 끝났다. 그런데 웃긴 건, 상황이 내가 싸움을 주도한 것으로 흘러갔다는 거다. 그날 이후로 애들이 나더러 '일진'이라고 그러더라.(웃음)
# 질풍노도의 시기
고등학교 2학년 때 학교에서 문제아로 찍혔다. 그때 어머니가 학교로 불려 오셨는데, 소녀 같으신 어머니가 선생님 앞에서 우시더라. 그 모습을 보고 '아, 내가 잘못하고 있구나. 이러면 안 되겠다' 싶었다. 그날 이후로 친구들한테 "더 이상 놀지 않겠다"고 말하고는 고3 때부터 본격적으로 취업 준비를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우리 반 애들이 다른 반 학생들한테 맞았다는 얘기를 듣게 된 거다. 결국 싸움이 벌어졌고 다른 반 애들한테 집단으로 구타당했다. 그때 하도 맞아서 왼쪽 고막이 파열됐었다. 지금도 왼쪽 귀가 잘 안 들린다. 그러다 나중에는 용산 전자상가에 취직하게 됐다. 1년 정도 램 딜러로 일하면서 돈을 꽤 벌었다. 하루 벌어서 하루 쓰는 생활을 반복했고, 아버지한테 '쓰레기' 취급까지 당했다. 결국 아버지가 중앙대학교 부설 연기 아카데미에 나를 집어넣고, 거기서 일단 뭐라도 배우라고 하시더라. 그런데 그때 나는 가수든 연예인이든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다.
# 'god'라는 낯선 세계
어느 날 (박)진영이 형이 그러더라. "그냥 너는 열심히만 해." 그런데 그 말이 "너는 쓰레기보다 못해"처럼 들렸다. 다른 멤버들은 다들 가수가 꿈이었고 능력도 있었는데, 솔직히 나는 꿈도 아니었고 능력도 없어서 그렇게 들린 것 같다. 자존심이 너무 상하더라. 어느 날 노래 테스트를 하다가 내 성질에 못 이겨서 졸도한 적이 있다. 그때 세상에서 느낄 수 있는 가장 심한 흥분 상태를 경험한 것 같다. 두 시간 후에 깨어나 보니 멤버들이 내 팔다리를 주무르고 있더라. 진영이 형도 미안해 했다. 내가 열등감도 크고 마음도 여리다는 걸 그때 알게 됐으니까. 나중에는 노래도 잘 못하고 춤도 못 추지만 어떻게든 god에 도움이 되고 싶었다. 그래서 공고 출신 전공을 살려 엔지니어 형한테 기술을 배워 앨범 작업 때 기술적인 부분을 많이 도왔다. god 1집 앨범을 보면, 엔지니어 기사에 '윤계상'이라는 이름이 쓰여 있다. 그렇게 7년을 가수로 활동했으니 열등감이 얼마나 컸겠나? 결국 2003년에 내부적으로는 탈퇴 의사를 내비쳤고, 2004년에 god에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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