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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있는 밥상

정월 대보름 밥상의 정석

옛 선조들이 명절마다 먹던 음식에는 다 사연이 있고, 이유가 있다.

이번 정월 대보름날엔 '정월 대보름=오곡밥'이란 공식 말고 언제, 무엇을, 어떻게, 왜 먹는지 알고 음식을 장만하시길. 이렇게 하면 명절 밥상이 습관이나 노동이 아닌 한 해 운수 대통을 가져다줄 행운처럼 다가올 것을.

◆ 정월대보름은 언제?

'가장 큰 보름'이라는 뜻의 대보름은 음력 1월 15일을 말하며, 2012년 정월 대보름은 2월 6일이다. 설이 가족 중심적인 명절이라면, 정월 대보름은 개방적이고 집단적인 명절이라고 할 수 있을 만큼 마을 사람들과 함께하는 다채로운 놀이와 명절 음식이 있는 신명 나는 날이다.

 

◆ 정월대보름 금기, 믿거나 말거나

어렵던 시절 지혜로운 선조들은 건강을 위해 절기나 명절에 따라 음식을 챙겨 먹었다. 무엇에 좋으니 '이렇게 하라'고 말하는 것보다 무엇에 좋지 않으니 '이렇게 하지 마라'라고 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었는지 예로부터 금기 사항이 많았다. 특히 정월 대보름은 농한기의 명절이므로 한 해 농사의 풍년을 기대하는 마음이 컸을 터, 유독 먹지 말아야 할 것이 많았던 듯싶다.

'정월 대보름에 김치를 먹으면 온몸에 피부병이 일거나 벌에 쏘인다. 또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지고 얼굴에 검버섯이 피거나 이가 상한다.'

'정월 대보름에 찬물을 마시면 여름내 더위를 먹고, 돈을 받고 일을 할 때마다 소나기가 온다. 찬물을 많이 마시면 논둑이 터진다.'

'정월 대보름에 오곡밥과 나물을 비벼 먹으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져 농사를 망친다.'

'정월 대보름에 숟가락으로 밥을 먹으면 공동 작업을 할 때 특히 많은 일을 맡게 되므로 젓가락으로 먹는다. 다만 새댁인 경우에만 숟가락으로 밥을 먹는다.'

'정월 대보름에 칼질을 하면 논밭에 벌레가 들끓고 한 해의 복도 잘린다고 여겨 대보름 전날 음식 재료를 미리 손질해두고 당일엔 일절 칼질을 삼간다.'

'첫술에 나물을 먹거나 너무 많이 먹으면 논밭에 잡초가 무성해진다.'

 

◆ 일년 운 보장하는 정월대보름 음식

'정월 대보름 전날에는 오곡으로 밥을 지어 먹고, 이것을 이웃에게 나눠준다. 이웃집을 돌면서 얻어먹기도 한다. 일 년 내내 부지런하라는 의미로 대보름 전날에는 저녁을 일찍 먹고, 대보름날 아침은 일찍 먹는다.'

'김이나 취로 밥을 싸서 먹는 것을 '복쌈'이라고 하는데 오곡밥과 나물을 풍성하게 싸서 먹는다.'

오곡밥

재료: 멥쌀·찹쌀 1컵씩, 수수·차조 2큰술씩, 팥·불린 검정콩 1/2컵씩, 물 2와 1/2컵, 소금 1/2작은술

1_팥은 씻어서 물을 붓고 불에 올려 끓으면 물을 버리고 다시 찬물을 부어서 부드럽게 익을 때까지 삶는다.

2_찹쌀, 멥쌀, 수수, 차조는 잘 씻어서 돌을 걸러낸 다음 솥에 담고 분량의 물을 붓는다.

3_②에 ①의 팥, 불린 검정콩, 소금을 넣고 섞은 다음 불에 올려 센 불에서 끓이다가 끓으면 중간 불로 줄인다.

4_물이 넘치지 않도록 불을 약하게 조절한 후 쌀알이 밥솥에 붙을 때까지 10분 정도 가열한다.

5_④를 다시 센 불에 20초만 끓인 다음 불을 끄고 5분 정도 뜸을 들여 그릇에 담는다.

'정월 대보름에는 묵은 나물을 먹는다. 여름에 말려두었다가 대보름에 나물로 무쳐 먹으면 더위를 타지 않는다. 이는 겨울철에 부족해지기 쉬운 비타민과 무기질 등 영양소를 고루 섭취할 수 있는 방법이다.'

가지고지나물

재료: 가지고지 60g, 국간장·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깨소금·식용유 1큰술씩, 소금 약간

1_가지고지는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린다. 부드러워지면 큰 것은 반으로 잘라 크기를 고르게 한다.

2_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①을 넣고 국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어 함께 볶는다.

3_②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간이 충분히 배고 국물이 없어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호박고지나물

재료: 호박고지 60g, 깨소금·식용유 1큰술씩, 국간장·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소금 약간

1_호박고지는 뜨거운 물에 담가서 불린다. 부드러워지면 물기를 빼고 큰 것은 반으로 잘라 크기를 고르게 한다.

2_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①을 넣고 국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어 함께 볶는다.

3_②에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간이 충분히 배고 국물이 없어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고사리나물

재료: 마른 고사리 60g, 국간장·깨소금·식용유 1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소금 약간

1_마른 고사리는 하루 전날 끓는 물에 담가 약한 불에서 삶는다.

2_①의 물을 버리지 말고 다음 날까지 담가두어 부드럽게 불린다.

3_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②의 고사리만 건져 넣고 국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어 함께 볶다가 소금으로 간을 맞춘다. 국물이 없어지면 불을 끄고 참기름과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무나물

재료: 무(5㎝) 1토막, 물 1/4컵, 깨소금 1큰술, 소금 적당량

1_무는 5㎝ 길이로 채썬다.

2_냄비에 물을 붓고 ①과 소금을 넣어 끓이다가 무가 충분히 익으면 불을 끄고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표고버섯나물

재료: 마른 표고버섯 12장, 국간장·깨소금·식용유 1큰술씩, 다진 마늘 1작은술, 다진 파·참기름 1/2큰술씩, 소금 약간

1_마른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담가 불린다. 부드러워지면 밑동을 제거하고 곱게 채썬다.

2_프라이팬에 식용유를 두른 다음 ①을 넣고 국간장, 다진 마늘, 다진 파를 넣어 함께 볶는다.

3_②에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국물이 없어지도록 볶은 다음 불을 끄고 참기름, 깨소금을 넣어 버무린다.

'정월 대보름날을 전후해서 찹쌀을 찐 다음 대추·밤·기름·간장 등을 섞어서 함께 찌고 잣을 박은 약밥을 해 먹는다.'

약밥

재료: 찹쌀 2컵, 대추 6개, 밤 5톨, 잣·참기름 1큰술씩, 황설탕 6큰술, 간장 4큰술, 소금물(물 2컵, 소금 1작은술)

1_찹쌀은 씻어서 하룻밤 물에 담근다.

2_①의 찹쌀을 소쿠리에 밭쳐 물기를 제거한 다음 김이 오른 찜기에 넣어서 30분간 찐다.

3_대추는 마른 천으로 닦고 돌려 깎아서 씨를 제거한 다음 사방 1.5㎝ 크기로 썬다.

4_밤은 속껍질까지 벗긴 다음 대추와 같은 크기로 썰고 잣은 마른 천으로 닦는다.

5_②의 찐 찹쌀에 소금물을 부어서 잘 섞은 다음 20분 정도 더 찐다.

6_⑤를 볼에 담고 밤, 대추, 잣, 간장, 설탕, 참기름을 넣어서 잘 섞는다.

7_찜기에 ⑥을 넣고 25분 정도 찐 다음 그릇에 담거나 틀에 넣어서 식힌다.

'국숫발같이 명이 길어지라는 뜻에서 명길이국수를 먹기도 한다.'

명길이국수

재료: 소면 140g, 달걀 1개, 애호박(5㎝) 1토막, 마른 표고버섯 2장, 멸치국물(국물멸치 15마리, 물 5컵, 국간장 1큰술), 국간장 1큰술, 설탕 1작은술, 굵은소금·후춧가루·참기름·식용유 약간씩

1_멸치는 내장을 제거한 후 분량의 물을 붓고 끓여 거품이 나면 불을 끈다. 멸치국물이 충분히 우러나면 국간장을 넣고 다시 끓인다.

2_마른 표고버섯은 뜨거운 물에 부드럽게 불린 다음 밑동을 제거하고 곱게 채썬다.

3_②의 표고버섯에 국간장, 설탕, 후춧가루, 참기름을 넣고 버무린 다음 볶는다.

4_달걀은 흰자와 노른자를 분리해 지단을 부쳐 곱게 채썬다.

5_애호박은 돌려 깎아 채썰고 소금에 절인 다음 헹궈서 물기를 짜고 식용유를 두른 팬에 살짝 볶는다.

6_소금을 넣고 끓인 물에 소면을 삶아 찬물에 헹군 뒤 다시 뜨거운 물을 부었다가 건진다.

7_그릇에 ⑥의 소면을 담고 ①의 뜨거운 육수를 부은 뒤 소금으로 간을 맞추고 표고버섯채, 애호박채, 지단을 올려 상에 낸다.

'숭늉을 마시면 정신이 흐리멍덩해지며 게으름을 피운다고 하여 물 대신 무채국이나 맑은 콩나물국을 마신다.'

콩나물국

재료: 콩나물 200g, 물 4컵, 소금 적당량

1_콩나물은 다듬어 씻은 다음 찬물에 5분 정도 담근다.

2_냄비에 ①과 소금 약간, 물을 넣고 뚜껑을 덮어 끓인 다음 간을 맞춘다.

무채국

재료: 무(5㎝) 1토막, 물 4컵, 소금 적당량

1_무는 적당한 굵기로 채썬다.

2_냄비에 ①과 소금 약간, 물을 넣고 끓인 다음 간을 맞춘다.

'정월 대보름 아침에는 일 년 내내 좋은 소식만 들으라는 의미로 귀밝이술을 마신다. 데우지 않은 찬 정종을 어른, 아이 상관없이 마셨는데 추운 겨울 체온을 높이는 효과도 있으리라.'

'정월 대보름 이른 아침에 날밤·호두·은행 등을 깨물면서 일 년 내내 무사태평하고 부스럼이 나지 않기를 기원했다.'

 

 

기획: 정미경 기자 | 사진: 홍상돈 | 요리: 김외순(쿠티프)

http://media.daum.net/zine/womansense/newsview?newsid=20120203090714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