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책읽는 시간

차인표, “소설로라도 위로하고 싶었다”

 

죽는 건 역시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한강 다리 위에서 떨어지려니 공익근무요원이 뛰어내리기 좋은 다른 다리로 가라고 '친절히' 안내한다. 키 작고, 불임이고, 아내는 다른 남자와 눈 맞아 도망가고, 사업은 실패해 노숙자가 된 나고단. 결국 그는 '억울해서' 살기로 결심한다. 소설 < 오늘 예보 > 속에는 이 밖에도 삶의 벼랑 끝에 선 보조출연자 이보출, 전직 조폭 박대수의 긴박한 하루가 생생하게 담겨 있다.

'작가' 차인표씨(44·사진)가 2009년 위안부 이야기를 다룬 < 잘 가요, 언덕 > 이후 2년 만에 두 번째 장편소설을 펴냈다. 자신의 일을 해나가면서도 너끈히 장편소설을 써내는 '저력'은 어디서 나오는 걸까. "영화나 드라마는 한 번 상영되고 나면 아무래도 다시 보기 힘들어요. 그런데 책은 언제든 다시 볼 수 있죠. 이번 책에서 자살은 '선택'할 수 있는 게 아니라고 말하고 싶었어요. 고통 중에 있는 사람들에게 한 발짝 다가가 위로를 건네는 마음으로 썼어요."





ⓒ조우혜

충남 서산에 있는 차씨 증조할아버지 묘비에는 100명이 넘는 자손의 이름이 빼곡히 적혀 있다. 차씨는 "그분이 자신의 처지를 비관해 삶을 끝까지 살지 않았다면 저도 없었겠죠. 저는 그게 생명의 연속성, 우리가 살아야 하는 이유라고 생각해요"라고 말했다. 그래서인지 그의 소설은 끊임없이 '그래도 살아'라고 속삭인다.

그렇다고 마냥 따뜻하게만 그리지도 않았다. 그가 44년간 살면서 만난 웃겼던 사람과 황당한 사건들, 그리고 개그 프로그램에서 얻은 유머의 영감이 글 속에 유쾌하게 녹아 있다. "글을 쓰기 위해서는 결국 많이 읽는 것 외에 왕도가 없는 것 같아요. 소설가 최인호씨를 좋아하고, < 허삼관 매혈기 > 의 위화를 제 '라이벌'로 생각합니다(웃음)"라던 차인표씨의 다음 작품이 벌써 기다려진다.

장일호 기자 / ilhostyle@sisain.co.kr

http://zine.media.daum.net/sisain/view.html?cateid=100000&cpid=131&newsid=20110701092821445&p=sisa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