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란 지음, 보림
함께 읽은책:
김상욱 외 춘천 교대 아동문학교육연구소, 상상의 힘
어떻게 보면 5월 가정의 달 TV에서 특집 드라마로 한번쯤은 본 듯도 한 이야기 구조를 지닌 그림책이 <우리가족입니다>이다.
그도 그럴것이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에서도 언급되어 지고, 작가가 직접 그림책에서 작가의 말을 통해서도 밝혔듯이 이 그림책의 내용이 이혜란 작가 본인의 어린시절 이야기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까? 우선 나를 사로 잡은 건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21쪽>에서도 언급하듯이 흑백의 목탄으로 그려진 그림이다.간간히 옅은 채색을 더한 그림은 과거의 회상임을 일깨워준다. 이것은 흔히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여주는 과거 회상씬에서 흑백 필름으로 처리하는 수법과도 동일하다.
흩어진 과거 기억의 파편들은( 어두운 과거의 기억일 수록) 화려한 색채를 덧입고 나타나기 보다는 흑백으로 존재한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과거의 기억들이 온전히 흑백으로만 존재하는 것이 아나라 옅은 채색의 빛깔을 보여주며 다소 희망적이다.
그럼, 이제 좀더 가까이 이혜란 작가의 어린 시절 속으로 들어가보기로 하자.
책장을 넘기면, 바로 우리 가족 소개의 글이 나오고, 오른쪽 그림을 보면 단란해보이는 네명으로 구성된 가족 사진안에 익살스럽게 웃고 있는 어린 이혜란작가가 보인다.
그러다 다시 왼쪽의 글을 읽으면 뜬금없이 할머니가 등장하며 글의 마무리를 읽으면 이 단란한 가정이 할머니 때문에 무슨 일이 벌어진다는 것을 지레짐작 할 수있다.
이러한 생각은 다음 장을 넘기면 좀더 확대 된다.
다음 장에는 책의 제목과 함께 단란한 가족의 밥상이 등장하는데 가만히 살펴보면 밥그릇과 수저도 다섯개인 것을 발견하게 된다.바로 할머니의 등장을 의미한다.<그림책이 내게로 왔다,18쪽>
책장을 넘기면 시골에서 상경한 할머니는 처음부터 이상한 행동을 하며 집안을 시끄럽게 만든다.왜냐하면 할머니는 치매라는 병에 걸리셨기때문이다.
그러나 치매라는 병이 뭔지 알길 없는 어린 혜란이는 할머니때문에 짜증만 난다.
그림책을 들여다보면,왼쪽은 할머니때문에 불만을 나타내는 혜란이의 모습이 오른쪽에는 말없이 그것을 감내하는 부모님의 모습으로 상반되게 나타난다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20-22쪽>에서도 밝힌바와 같이 ,불평하는 아이의 입장을 마음 속으로는 이해하면서도 묵묵히 할머니를 보살피는 아빠,엄마의 모습에서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알 수 있다.가족이란 선택이 아닌 존재론적 의미인것이다.특히나 부모와 자식이라는 것은.....
그림책의 후반의 내용을<그림책이 내게로 왔다,22-24쪽>에서는 작품의 한계로 이야기하고 있다.그것은 서술자가 어린아이라는 점으로 해석되어진다.
그러나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우리가족입니다>에서 마지막 후반부가 가장 좋다.
화면 가득 펼쳐진 가족이 함께 목욕하는 장면, 초반부에 나왔던 가족 사진옆에 놓여진 할머니 사진,아빠를 엎으며 "아빠, 나 또 일센티 컸다'를 외치는 꼬마 혜란이...
이것은 치매걸린 할머니를 통해서 가족의 어려움을 극복하고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조금씩 알아가는... 그래서 키보다는 마음이 일센티 자란 성장의 의미로 바라보고 싶다.
<그림책이 내게로 왔다,15쪽>에서 이 작품은 경험과 밀착된 진실에 터를 잡고 있다고 했다. 또 경험은 언제나 상상력을 통해 예술적 의장을 통해 완성된다고도 했다.
그렇다면 우리 아이들은 우리가족안에서 매일 어떤 경험들을 쌓고 있을 까? 또 자신이 쌓은 경험을 바탕으로 어떤 상상력을 더할지... 이런 생각에 미치니 조금은 겁이 나기도 하고, 무척이나 궁금해지기도 한다.
인생을 사계절에 비유한다면 태어나서 10대시절까지는 봄,20대에서 30대까지는 여름,40대에서 50대까지는 가을,60대이후는 겨울로 나눈다.
지금 우리아이들은 아직은 따스한 봄햇살을 즐기고 단비를 뿌려주면 그것을 마시면서 성장하는 중이다. 가끔씩 황사바람이 불어오긴하지만 그것도 역시 스스로 감당하며 성장한다.이제 곧 우리아이들에게도 여름의 찬란한 햇빛과 함께 태풍과 장마도 찾아 올 것이다. 반대로 나는 점점 겨울 월동 준비를 해야한다.
내가 좀더 나이들면 어떤 할머니의 모습일지 이 그림책을 읽으며 지금부터라도 철저하게 월동준비를 해야겠다고 생각해보았다.
요즈음은 예전과는 달리 다양한 가족제도가 등장한다.기러기 가족도 있고, 나홀로 가족도 있다.
물론 그 중에서 아빠, 엄마와 자식이 모여사는 핵가족이 보편화되어 있다.그래서 인지는 몰라도 <우리가족입니다>를 들고 아이들을 만나면 책을 바라보는 아이들의 시선이 다양하다.
요즘처럼 많은 것들이 개인주의로 흘러가는 시대..<우리가족입니다>는 우리 가족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되씹어 보게 만드는 그런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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