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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보는 오후>/우리나라 드라마소식

마침내 불어온 조인성·송혜교 바람

군 제대 후 첫 작품에 임하는 조인성의 열정과 드라마 '그들이 사는 세상' 이후 5년 만에 안방극장에 컴백하는 송혜교의 열의가 드디어 한데 어우러졌다. SBS-TV 수목드라마 '그 겨울, 바람이 분다'로 첫 호흡을 맞추게 된 두 배우. 그들에게 이 작품은 또 다른 성장의 의미가 있을 것이다.

조인성 자신만의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다


"항상 현장을 그리워했어요. 엊그제는 24시간 동안 촬영했는데 그 와중에도 웃음이 끊이질 않더라고요."
2011년, 말년 휴가 당시 영화 '권법'을 차기작으로 정하고 대중을 만날 날을 손꼽아 기다렸지만 준비기간이 길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공백기를 갖게 됐다. 간절함이 더해졌기 때문일까. 돌아온 조인성(32)에게는 여유로움과 긴장감이 동시에 느껴졌다.





"'쌍화점' 이후 5년 만이네요. 제대 후 어떻게든 인사를 하고자 급한 마음에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지만, 사실 작품으로 오랜 기다림의 결실을 맺고 싶었거든요. 이번 작품은 (시놉시스를) 읽는 순간 도전하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고, 지금이 아니라도 내가 발전해 나가려면 노희경 작가님의 작품에 도전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망설임 없이 선택하게 됐어요. 그런데 군대에서의 2년, 대한민국 남자라면 당연히 해야 하는 의무를 마친 것뿐인데 '복귀작'이라는 이름으로 거창하게 포장해주시니 부담스럽네요. '차기작' 정도로 바꿔주세요. 그래야 제 마음도 더 편안해질 것 같아요."

일본 드라마 '사랑 따윈 필요 없어, 여름'을 원작으로 한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유년 시절 버려진 오수와 부모의 이혼으로 오빠와 헤어진 후 시각장애인으로 살아온 오영이 만나 사랑의 참된 의미와 삶의 희망을 찾게 된다는 내용을 그린 작품이다. 국내에서는 문근영김주혁이 영화로 리메이크한 바 있다.

"작가님은 오수가 더 젊어졌다고 하시더라고요(웃음). 생동감 있게 연기를 하려고 했어요. 그런 점에서 원작과는 다를 것 같아요. 제가 재연 배우는 아니니까요. 조인성만의 새로운 캐릭터가 탄생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그래서 비교는 피해달라고, 편안한 마음으로 봐달라고 부탁드리고 싶어요."

극중 조인성은 승률 높은 전문 포커 겜블러로 등장한다. 추운 겨울 종이봉투 안에 담긴 채 보육원 근처 나무 아래 버려져 이름도 나무를 뜻하는 수(樹). 태생부터 비극이었던 탓에 삶의 희망도, 미련도 없이 살아온 그는 우연히 알게 된 오영의 오빠가 자신과 동명이인이라는 점을 악용해 돈을 목적으로 진짜 오빠인 척 그녀에게 접근한다.

"사랑에 대한 갈망이요? 신인이었다면 그런 생각이 들었을 것 같은데 10년 이상 활동하면서 순간 집중 능력이 생긴 것 같아요. 감독님이 '컷' 하면 바로 빠져나옵니다(웃음). 저는 조인성이고요, 오수는 제가 순간적으로 집중하는 캐릭터예요. 만약 내가 오수라면, 그가 사랑한다면 '이런 감정이겠지' 하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대본이 탄탄하다면 배우가 해야 할 연기나 고민들이 적어지는 것 같아요. 그래서 벽돌을 쌓아 성을 완성하듯이 매 신마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번 드라마는 감성을 자극하는 대사로 정평이 난 노희경 작가가 참여해 더욱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노 작가는 조인성을 가리켜 "무모하리만큼 열정적인 배우, 그래서 덩달아 나까지 열정적으로 일하게 만드는 사람이다. 이만큼 자신감이 있는 배우는 못 본 것 같다. '잘한다', '잘났다'의 의미가 아니다. 그는 후배들 앞에서조차 자신의 단점을 스스럼없이 표현한다. 머리가 아닌 마음으로 하는 배우다"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송혜교씨와 노희경 작가님은 이미 같이 작품을 했었고, 그래서 '나만 잘하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웃음). 작품에 누가 되지 않으려고 노력을 했고, 혜교씨에게 감사한 점이 무척 많은데…. 캐릭터가 참 어려웠거든요. 혜교씨도 공감할 텐데 읽었을 때와 연기할 때의 느낌이 많이 달라 힘들었어요. 정리가 안 될 때마다 혜교씨의 연기를 보고, 대사를 들으며 정리를 했죠. 좋은 여배우와 촬영할 수 있으니 영광이에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웃음)."

송혜교 진정한 배우로 한 단계 도약하다

"상대역으로 조인성씨가 캐스팅됐다는 소식을 듣고는 안심이 됐어요. 기대 갈 수 있겠구나, 하는 마음에(웃음). 워낙 잘생겼고, 연기도 잘하시잖아요. 데뷔 시기도 비슷하고 나이도 동갑이다 보니 만날 법도 했는데 그동안 왜 못 만났을까, 하는 생각도 했지만 좀 더 성숙한 후에 만나게 돼 무척 좋아요."

'스타'라는 수식어가 더 익숙한 송혜교(32). 그녀는 지난 5년간 '배우'로 거듭나기 위한 도약의 시간을 보냈다. 중국을 비롯한 아시아권에서 활동하며 연기 내공을 키웠고, 2011년에는 영화 '오늘'로 복귀해 여성영화인상을 받기도 했다.





"계속 일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첫 촬영 때 카메라 앞에 서는 것이 어색하지는 않았어요. 중간에 한국 영화 '오늘'에 참여했는데, 흥행에 실패해서 그런지 다들 쉬고 있는 줄 아시더라고요. 솔직히 '그들이 사는 세상' 때 (낮은 시청률을) 경험해봐서 그런지 시청률에 대한 부담도 없어요(웃음)."

극중 그녀가 맡은 대기업 상속녀 오영은 주변부 시각을 잃어가는 터널시각장애인으로,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언젠가 이 세상을 미련 없이 떠나겠다며 마음의 문을 닫고 살아가는 캐릭터다. 덕분에 그녀는 데뷔 17년 만에 처음으로 연기를 하면서 외롭다는 감정을 느꼈다고 털어놨다.

"연기 자체도 버거운데 시각장애인 설정이니 예전보다 두 배는 어려워진 것 같아요. 캐릭터를 받고 나서 많이 예민해졌고, 스트레스도 끊임없이 받고 있어요. 아마 이 작품이 끝날 때까지 계속 이렇게 힘들지 않을까 싶어요. 특히 허공에 대고 연기하느라 상대의 눈과 표정을 볼 수 없으니 그 자체만으로도 외롭더라고요. 나 혼자 촬영을 하는 것 같아 마음의 문을 닫으려고 하지 않아도 현장에 가면 자연스럽게 외로움이 묻어났던 것 같아요."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그녀는 방송 전 공개된 스틸 사진 한 장으로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시각장애인임에도 곱게 화장을 하고, 하이힐을 신었다는 편견에서 비롯된 오해였다. 이에 대해 노 작가는 "취재를 통해 시각장애인들도 예뻐 보이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다. 이는 그들을 위한 교본에도 나와 있는 대목이다"라고 설명했다. 섣부른 행동이 혹여 상처가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는 송혜교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서 그녀는 틈틈이 복지관을 찾으며 공부했다.

"제가 연기하는 오영의 경우에는 정면에만 시력이 있는 터널시각장애인데요. 많이들 아시는 '동공 연기'와는 달라요. 일반적인 시각장애인의 동공이 불안정한 것은 정면이 아닌 사이드에 시력이 있어 눈을 계속 움직여야 하기 때문이거든요. 저도 시각장애인을 만나기 전까지 선입견과 편견이 있었어요. 복지관을 다니면서 실제로 얘기도 나누고 공부도 하면서 '내가 관심이 없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어 제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죠. 이번에 제가 해야 할 숙제는 시청자들이 가지고 있는 시각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선입견을 깨뜨리는 거예요."

연출을 맡은 김규태 PD는 "영화와 드라마를 오가면서 연기 비결을 쌓아온 두 배우에게 '그 겨울, 바람이 분다'는 굉장히 도전적인 작품이었을 것이다. 노 작가의 작품에 참여하면서 배우로서 한 틀을 깨고 성장하고 싶은 결심이 있던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연기 인생의 전환점 앞에서 정통 멜로에 도전장을 내민 조인성과 송혜교. 두 배우의 호연이 시너지 효과를 일으켜 '훈풍'을 불러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김지윤 기자 ■사진 / 조민정 ■사진 제공 / SBS>

http://media.daum.net/zine/ladykh/newsview?newsid=20130228111817753